
출처: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1기: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
한겨울의 바람보다 봄을 맞이하는 막바지 겨울의 바람은 훨씬 차갑다. ‘안돼! 이대로 갈 순 없어!’ 하는 겨울의 마지막 외침처럼 닿는다. 계절을 보내주고 맞이하는 이맘때면 아버지는 “밖에서 어묵 국물이라도 하나 마시면서 몸을 녹이렴.” 하고 용돈을 쥐여주시곤 했다. 막바지 겨울에 어묵 국물을 먹어야 하는 건 일종의 의식과 같아졌는데, 이제는 길거리 음식을 맘껏 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아쉬움만 쌓여가던 차였다. 아아. 겨울의 끝자락에도 가슴 속에 품은 몇천 원이 고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니! 큼지막한 무와 대파를 넣어 끓인 어묵은 물론, 튀기듯 구운 기름 호떡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붕어빵, 문어 다리를 품은 동그랗고 탱탱한 타코야키 등 여름부터 기다리던 길거리 음식인데 말이다. 속 깊은 곳부터 차오르던 길거리 음식을 향한 사랑은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1기: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에서 펑 터지고야 말았다.
이른 아침,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던 짱구는 <B급 음식 대축제>의 방송 프로그램에 매료된다. 흑돼지 버거, 군만두 우동, 꼬치구이,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등이 모여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즐거움의 장이니 말이다. 짱구와 친구들은 B급 음식 대축제의 하이라이트 음식인 ‘소스의 달인 야키소바’를 먹고자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시각 행사장은 A급 요리 기구의 습격으로 엉망이 되는 중이고, 어쩌다 보니 난동의 판세를 뒤바꿀 ‘전설의 소스’를 배달하게 된다. 짱구와 친구들은 캐비어, 송로버섯, 푸아그라와 같은 A급 요리 빌런의 음식을 뚫고 소스를 무사히 배달하며, 최종 목적지에서 ‘기적의 야키소바’를 함께 만들어 먹어 B급 요리를 지켜낸다.
5살 난 어린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지켜낸 훌륭한 요리 앞에 어째서 26개의 알파벳 중 두 번째에 위치한 ‘B’를 사용한 ‘B급’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냐며 반감이 들 참이었다. 그러나 ‘B급’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실제 ‘B급’이라고 일컫는 음식의 질과 인지도는 낮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속 B급 음식을 우리의 삶 속에서 찾는다면 계란빵, 길거리 토스트, 컵밥, 닭꼬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오히려 친숙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러니까 ‘B급’은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A급’ 음식이 쉽게 내주지 않는 욕망의 지점을 찌르고 우리의 머리 위로 팡파르를 울려주었던 순간이 축적되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짱구는 친구들과 함께 ‘전설의 소스’를 지켰지만, 이곳은 지키지 못한 길거리 음식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음식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지킬 ‘전설의 소스’는 무엇일까. 음식이 가지고 있는 맛, 모습, 기억 모두 지키고 있을 테니 짱구와 친구들이 ‘기적의 야키소바’를 만들어 먹은 것처럼, 해를 걸친 외로움의 종식이 오는 때에 모두와 함께 만들어 먹고 싶을 뿐이다.
(연재 일자: 2022.03.11.)
출처: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1기: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
한겨울의 바람보다 봄을 맞이하는 막바지 겨울의 바람은 훨씬 차갑다. ‘안돼! 이대로 갈 순 없어!’ 하는 겨울의 마지막 외침처럼 닿는다. 계절을 보내주고 맞이하는 이맘때면 아버지는 “밖에서 어묵 국물이라도 하나 마시면서 몸을 녹이렴.” 하고 용돈을 쥐여주시곤 했다. 막바지 겨울에 어묵 국물을 먹어야 하는 건 일종의 의식과 같아졌는데, 이제는 길거리 음식을 맘껏 접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아쉬움만 쌓여가던 차였다. 아아. 겨울의 끝자락에도 가슴 속에 품은 몇천 원이 고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니! 큼지막한 무와 대파를 넣어 끓인 어묵은 물론, 튀기듯 구운 기름 호떡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붕어빵, 문어 다리를 품은 동그랗고 탱탱한 타코야키 등 여름부터 기다리던 길거리 음식인데 말이다. 속 깊은 곳부터 차오르던 길거리 음식을 향한 사랑은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1기: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2013)에서 펑 터지고야 말았다.
이른 아침,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던 짱구는 <B급 음식 대축제>의 방송 프로그램에 매료된다. 흑돼지 버거, 군만두 우동, 꼬치구이, 오코노미야키, 야키소바 등이 모여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즐거움의 장이니 말이다. 짱구와 친구들은 B급 음식 대축제의 하이라이트 음식인 ‘소스의 달인 야키소바’를 먹고자 길을 떠난다. 그러나 그 시각 행사장은 A급 요리 기구의 습격으로 엉망이 되는 중이고, 어쩌다 보니 난동의 판세를 뒤바꿀 ‘전설의 소스’를 배달하게 된다. 짱구와 친구들은 캐비어, 송로버섯, 푸아그라와 같은 A급 요리 빌런의 음식을 뚫고 소스를 무사히 배달하며, 최종 목적지에서 ‘기적의 야키소바’를 함께 만들어 먹어 B급 요리를 지켜낸다.
5살 난 어린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지켜낸 훌륭한 요리 앞에 어째서 26개의 알파벳 중 두 번째에 위치한 ‘B’를 사용한 ‘B급’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냐며 반감이 들 참이었다. 그러나 ‘B급’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실제 ‘B급’이라고 일컫는 음식의 질과 인지도는 낮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속 B급 음식을 우리의 삶 속에서 찾는다면 계란빵, 길거리 토스트, 컵밥, 닭꼬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오히려 친숙하고 가까운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러니까 ‘B급’은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A급’ 음식이 쉽게 내주지 않는 욕망의 지점을 찌르고 우리의 머리 위로 팡파르를 울려주었던 순간이 축적되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짱구는 친구들과 함께 ‘전설의 소스’를 지켰지만, 이곳은 지키지 못한 길거리 음식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음식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지킬 ‘전설의 소스’는 무엇일까. 음식이 가지고 있는 맛, 모습, 기억 모두 지키고 있을 테니 짱구와 친구들이 ‘기적의 야키소바’를 만들어 먹은 것처럼, 해를 걸친 외로움의 종식이 오는 때에 모두와 함께 만들어 먹고 싶을 뿐이다.
(연재 일자: 202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