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레스토랑 안드레 공식 홈페이지
잠들기 전에 하는 작은 의식이 있다. 첫째,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해 적어둔다. 일의 우선순위와 선호도를 참고해 배분하는데,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우선순위로 둔다. 둘째, 하루간 일을 하며 어질러져 있던 책상을 정리한다. 읽던 책 사이에 아무렇게 꽂아두었던 필기구 대신 책갈피를 끼워 넣고, 내일 또 읽어야 할 책이라면 책상 위의 책꽂이에 꽂는다. 그렇지 않다면 책상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장에 꽂는다. 랩탑 화면을 알코올 솜으로 닦고 마른 소창 손수건으로 닦아준 뒤, 키보드 위에 종이 한 장을 덮어 닫는다. 따로 연결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도 가볍게 닦는다. 충전해야 할 전자 기기는 충전기에 연결한 뒤, 사용한 텀블러를 닦으러 가는 길에 소창 손수건에 물을 묻혀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책상을 닦아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셋째, 바닥을 청소한다. 늦은 시각이라 청소기를 돌릴 순 없기 때문에 마른 걸레를 이용해 먼지와 머리카락만 정리한다. 의자까지 한 번 닦아주면 의식은 종료된다.
영화 <안드레와 올리브나무>(2020)는 완벽주의자인 안드레 치앙 셰프의 철학이 담긴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8가지 철학인 ‘옥타필로소피(Octaphilosophy)’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미슐랭 가이드 투 스타의 ‘레스토랑 안드레’를 돌연 폐점하기로 결정한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과 아시아 50 베스트 상 반납을 감수하며 말이다. 안드레는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팀원들과의 관계, 음식에 대한 철칙, 새로운 메뉴에 대한 구상 등 그는 일에 관해 여러 가지를 신경 쓰면서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것에 무심해왔다. 그건 바로 자신의 ‘영혼’이었다.
레스토랑 입구 앞에 있는 올리브 나무는 안드레의 선택을 이해해도록 돕는다. 안드레는 어릴 적부터 프랑스 남부 지방에 살았는데, 그 지역에는 어디를 가든 올리브 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방 창문으로도 올리브 나무가 보였고 언제나 그 풍경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안드레는 싱가포르에 올 때 자신의 마음을 지켜주던 친구인 올리브 나무를 데려온다. 가만 보면 안드레는 올리브 나무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따뜻한 지역에서 난 올리브 나무는 추위와 건조한 환경에서도 제법 강한데,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잎을 떨어뜨리는 일 없이 잘 견딘다. 또한 한 번 내린 뿌리는 굵고 튼튼해 쉽게 마르지도 않는다. 이런 올리브 나무의 한결같은 우직함은 진정한 완벽주의자인 안드레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비뚤어짐 없이 오와 열을 맞추고 설정해둔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안드레나 안드레의 주변에 고통을 동반하는 완벽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와 주변의 영혼을 살피며 그들을 마땅히 믿고 또 지지하는, 다정한 완벽함이었던 것이다.
레스토랑 안드레를 폐점하고 새로운 설렘으로 이끈 그의 ‘초심’은 자정 능력과도 같다. 맨 처음의 마음을 지녔던 때로 돌아가, 다시 노력하게 하고 다시 순수해지게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초심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어떤 의도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초심이 가진 막강한 힘을 빌린다면 불쑥 용감한 마음이 튀어나올 것도 같고. 잊고 있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그 답을 꼬박 고민해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연재 일자: 2022.05.20.)
출처: 레스토랑 안드레 공식 홈페이지
잠들기 전에 하는 작은 의식이 있다. 첫째,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해 적어둔다. 일의 우선순위와 선호도를 참고해 배분하는데,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우선순위로 둔다. 둘째, 하루간 일을 하며 어질러져 있던 책상을 정리한다. 읽던 책 사이에 아무렇게 꽂아두었던 필기구 대신 책갈피를 끼워 넣고, 내일 또 읽어야 할 책이라면 책상 위의 책꽂이에 꽂는다. 그렇지 않다면 책상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장에 꽂는다. 랩탑 화면을 알코올 솜으로 닦고 마른 소창 손수건으로 닦아준 뒤, 키보드 위에 종이 한 장을 덮어 닫는다. 따로 연결해 사용하는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도 가볍게 닦는다. 충전해야 할 전자 기기는 충전기에 연결한 뒤, 사용한 텀블러를 닦으러 가는 길에 소창 손수건에 물을 묻혀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책상을 닦아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셋째, 바닥을 청소한다. 늦은 시각이라 청소기를 돌릴 순 없기 때문에 마른 걸레를 이용해 먼지와 머리카락만 정리한다. 의자까지 한 번 닦아주면 의식은 종료된다.
영화 <안드레와 올리브나무>(2020)는 완벽주의자인 안드레 치앙 셰프의 철학이 담긴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자신만의 확고한 8가지 철학인 ‘옥타필로소피(Octaphilosophy)’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미슐랭 가이드 투 스타의 ‘레스토랑 안드레’를 돌연 폐점하기로 결정한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과 아시아 50 베스트 상 반납을 감수하며 말이다. 안드레는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게 됐을까? 팀원들과의 관계, 음식에 대한 철칙, 새로운 메뉴에 대한 구상 등 그는 일에 관해 여러 가지를 신경 쓰면서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것에 무심해왔다. 그건 바로 자신의 ‘영혼’이었다.
레스토랑 입구 앞에 있는 올리브 나무는 안드레의 선택을 이해해도록 돕는다. 안드레는 어릴 적부터 프랑스 남부 지방에 살았는데, 그 지역에는 어디를 가든 올리브 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방 창문으로도 올리브 나무가 보였고 언제나 그 풍경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안드레는 싱가포르에 올 때 자신의 마음을 지켜주던 친구인 올리브 나무를 데려온다. 가만 보면 안드레는 올리브 나무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따뜻한 지역에서 난 올리브 나무는 추위와 건조한 환경에서도 제법 강한데,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잎을 떨어뜨리는 일 없이 잘 견딘다. 또한 한 번 내린 뿌리는 굵고 튼튼해 쉽게 마르지도 않는다. 이런 올리브 나무의 한결같은 우직함은 진정한 완벽주의자인 안드레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것이다. 비뚤어짐 없이 오와 열을 맞추고 설정해둔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안드레나 안드레의 주변에 고통을 동반하는 완벽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와 주변의 영혼을 살피며 그들을 마땅히 믿고 또 지지하는, 다정한 완벽함이었던 것이다.
레스토랑 안드레를 폐점하고 새로운 설렘으로 이끈 그의 ‘초심’은 자정 능력과도 같다. 맨 처음의 마음을 지녔던 때로 돌아가, 다시 노력하게 하고 다시 순수해지게 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초심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무엇을 하고자 했으며, 어떤 의도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초심이 가진 막강한 힘을 빌린다면 불쑥 용감한 마음이 튀어나올 것도 같고. 잊고 있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그 답을 꼬박 고민해보고 싶어지는 날이다.
(연재 일자: 2022.05.20.)